우선 전태일 평전을 접하기 전에는 나는 노동조합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다. 그 이유로는 노동조합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파업이나 데모등을 일으켜 사용자 뿐만 아니라 연계된 협력업체, 그 회사의 상품과 서비스를 사용하는 소비자와 국가와 같은 제 3자에게도 상당한 피해를 주기 때문이었다. 예컨대 몇 년 전에 있었던 트럭 운전자들의 대규모 파업은 수출을 주로 하는 기업과 그에 종사하고 있는 많은 종업원에게도 피해를 주었으며 수출이 줄어듬에 따라 국가 경제에 큰 타격을 입혔다. 난 이러한 노동조합의 행위를 타인을 배려하지 않은 자신들의 이익만 추구하는 이기적인 행위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과연 어느 쪽이 더 이기적인 것일까? 나는 실상을 모른체 신문, 뉴스와 같은 매체의 주관적인 관점을 비판 없이 그대로 수용했던 것이었다.

 책 한 페이지, 한 페이지에는 전태일 열사의 고단한 삶과 배울 수 없는 절망감 그리고 열악한 작업환경이 담겨있었다. 나는 페이지를 넘길수록 사회적 약자에게 떠넘겨지는 이러한 고통들을 고려치 않고 성급하게 내린 나의 판단이 어리석었다고 느꼈다.

한 회사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은 한정되어있다. 그 한정된 수익에서 근로자들의 급여와 사용자의 소득은 자연스레 반비례관계에 놓여지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집에서 운영하는 음식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나는 방학동안 가계에서 근로자와 사용자를 모두 겪어 보았다. 가끔 아르바이트생이 일이 생겨 못 나올 때면 내가 대신 가서 일을 했다. 시급 3,000원에 하루 10시간을 음식을 나르고 상을 치우기를 반복하면 저녁 10시쯤 주어지는 돈은 3만원. 나는 이 시급이 너무 적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부모님께 여쭈어가며 한 달간의 가계 소득 통계를 내봤다. 그리 많지 않은 소득이었다. 아르바이트생 2명의 시급을 올리면 주방의 월급도 올라가야 한다. 추가 소득 없이 이 올라간 인건비는 우리집 즉 사용자의 소득에서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이 반비례관계의 승자는 대부분이 사용자가 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사용자들이 근로자에게 일을 시키고 돈을 주는 즉 직위가 더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사용자들은 전태일을 비롯한 3백만 근로자들을 자신의 이익의 거름으로 전락시켜 착취한 것이다.

 통풍, 채광이 안 되는 닭장 같은 작업장에서 10대 근로자들이 14시간 중노동을 통해 얻는 거라곤 일당 몇 십원. 그들에겐 미래를 보장해주는 교육도 보다 낳은 삶을 제공하기 위해 힘쓰는 국가도 없었다. 오히려 국가는 그들을 외면하고 돈 있는 사용자와 유착관계를 맺으며 사용자를 위한 국가를 만들기에 힘쓰고 있었다. 그들은 하루를 몇 십원과 바꾸며 살아가는 것이다. 하루를 마치고 퇴근할 때 손에 쥔 몇 십원 말고 그들에게 남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그러나 전태일 열사는 이 지옥같은 작업장에서 희망을 발견했다. 자기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희망을 그리고 더 나아가 이 근로자들의 노동 환경을 개선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그는 발견한 것이다. 첫 번째 희망은 남들과 달리 일찍 미싱사와 재단사가 되어 한달에 만원 남짓한 돈을 생계비에 보태며 충족시켰으며 두 번째 희망은 인간 선언을 통해 불꽃이 되어 이루었다.

 전태일 열사가 바보회, 삼동회등을 통해 사비를 털어가며 근로자들의 노동 환경 개선에 앞장 선 것은 자신의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것이 아닌 3백만 근로자를 위한 자기희생이었던 것이다. 배운 것 없이 노예근성으로 사용자들에게 길들여진 근로자들을 전태일 열사는 깨우침을 주고 희망을 준 것이다. 지금 우리 주변의 개선된 노동 환경이 전태일 열사가 이룩한 업적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한 사람이 세상을 바꾼 것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 주변의 모든 노동 환경이 개선된 것은 아니다. 작업중 손가락이 잘려 직장에서 쫓겨난 근로자, 몇 달치 임금을 받지 못하고 고국으로 돌아가는 외국인 근로자등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사용자의 착취에 시달려 일하는 근로자가 많이 존재한다. 그들의 상당수가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한국 근로법에 대해 어둡고 불법체류등 사회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놓여져 있기 때문이다. 세계화 시대에 이런 외국인 노동자를 착취대상이 아닌 함께 공존하는 동반자로 생각하고 정당한 대우를 할 필요가 있다.

여전히 좋지 못한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근로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위해 사회 전체가 노력해야 한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노조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책 한권으로 생각을 바꾸는게 성급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이 단순한 책 한권이 아닌 한 사람의 인생이며 투쟁의 역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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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K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