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을 읽었을 때 내가 고등학교를 다니며 공부했던 근현대사 과목이 생각났다. 의열단이나, 대한민국 임시정부 등 아리랑에 나오는 소재들이 근현대사 과목에서 다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현대사를 공부하며 접했었던 이러한 소재들과 아리랑을 통해 접한 소재들이 내용은 같지만 다르게 느껴졌다. 나는 근현대사를 공부할 때 문제를 풀기위한 암기위주의 공부를 했고 그저 주어진 대로만 외웠다. 때문에 속 내용에는 관심이 없었고 잘 알지도 못했다. 그저 공산주의 노선과 민족주의 노선을 갈라놓고 해당되는 단체를 외우고 대표적 인물만 알아두고는 그들의 정신이나 그 일을 하게 된 동기와 같은 정말 중요한 내면적 속성들은 살펴보지 않았다. 그들이 평생을 걸쳐 이룩한 업적들은 나에겐 그저 외워야 할 하나의 사건에 불과했다. 이렇게 수능점수를 위해 그리고 문제 풀기를 위해 근현대사를 공부했던 나를 반성해가며 책장을 넘겼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역사의 현장에 놓이는 경우가 있다. 언젠가 내 친구 아버지께서 5.18 광주 민주화운동당시 소위로 근무하셔서 광주로 파견되어 그 사건을 직접 눈으로 보신 적이 있다고 하셨다. 그분께서는 그러한 역사의 현장에 있을수록 주변 상황에 휘말리지 말고 자신의 신념과 의지를 굳게 고수하라고 하셨다. 혼란한 상황일수록 주변의 위험들이 나를 노리고 있고 자칫 잘못하면 엉뚱한 길로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인 듯 하다. 김산 역시 당시 격동하는 역사의 현장에서 자신의 의지와 신념을 갖고 목표를 향해 전진했음을 볼 수 있다.

 중반으로 넘어가며 무정부주의를 배운 김산을 보며 예전에 본 아나키스트란 영화가 떠올랐다. 영화에서 무정부주의자로 나오는 주인공들은 투쟁 끝에 불우한 죽음을 맞게 된다.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5명으로 된 소규모 단체가 과연 조국 해방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과 만약 내가 영화 속 주인공과 같이 하루하루의 숙박비도 해결 하지 못하는 경제 사정 속에서도 저런 일을 할 생각을 할 수 있을까하는 나 자신에게 스스로 던지는 질문도 해가며 영화를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역시나 주인공들은 몇 번의 작은 테러만을 하고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채,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마지막 테러의 실패로 죽음을 맞는다. 김산 역시 일본 스파이로 몰려 조국의 해방을 보지 못한 채 불우한 죽음을 맞게 된다. 겉보기엔 이들이 이룬 것이 없어 보이나 이러한 사람들의 업적들이 모이고 모여 조국 해방을 이루어낸 것은 아닐까?

작품속의 김산은 정말 다양한 분야에 능통했고 또 그에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공부를 하기위해 노력했다. 일본어, 영어, 중국어와 같은 언어능력은 물론이고 경제학, 정치학, 사회과학 등 다방면에 걸쳐 많은 능력을 소유하고 있었다. 물론 이것은 그의 노력에 대한 산물이었다. 나 역시 김산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아리랑을 접하기 전부터 나는 다양한 분야를 배워 보고 싶었고 또 다방면에 재주를 지니고 싶었다. 내가 중학교를 다닐 당시 한 가지만 잘하면 된다는 교육부의 방침이 있었다. 당시 사회에서도 한 가지 분야에 특출하자는 즉 한 우물만 파자는 분위기가 만연했다. 물론 한 분야에서 전문인이 되는 것도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나는 한 분야에만 몰두한다는 것은 따분하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것을 접하는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김산을 보며 막연히 다양한 능력을 갖춰야지 라고 생각만 했던 내가 한심스럽기도 하며 구체적인 실천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다.

 김산의 주변사람들, 친구들을 보면 공산당원, 무정부주의자, 민족주의자등 각자 다른 길을 걷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이 걷는 길은 달랐으나 모두 조국 해방이라는 단 하나의 목적지를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서로서로의 다른 의견들을 수렴해 주지 못하고 분열하여 힘을 모으지 못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이 서로를 인정하며 하나의 목표를 위해 함께 달렸다면 자주 해방이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난 우리 민족의 역량을 크게 평가한다. 예를 들어 IMF 국가 위기 당시에 있었던 금 모으기 운동이나 2002 월드컵 당시 광화문 응원 문화를 보면 우리민족의 저력을 볼 수 있다. 이처럼 당시에도 모두의 의견을 통합하지 못하더라도 서로를 위해 노력하며 해방이라는 하나의 지향점을 향해 나아갔다면 자주 해방은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왔을 것이다. 상황이 많이 다른 지금도 각 정당들이 서로의 주장만 내세우고 있다. 독도문제, 한중일 관계와 북핵문제 등 국가차원에서 다뤄야할 문제들이 많은데 현재 우리나라는 정당들의 지도권 다툼으로 인해 국제 문제에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 했던 실수를 다시 한번 반복할 상황에 놓인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힘을 모을 시기가 아닐까 나는 생각한다. 한중일 관계를 넘어서 대한민국이 세계에 우뚝 서기 위해서는 내부의 상대를 선의의 경쟁자 및 협력자로 인식하고 서로 최선을 다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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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K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