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이야기가 나의 눈물샘을 자극만 한 것은 아니었다. 소소한 그들의 삶 속에서 살짝 미소 짓기도 해 보고 그들의 삶속에 동화되어 보기도 했다. 어이없는 상황에 웃어보기도 하며 조금씩 이들과 가까워지는 내 모습을 발견하였다. 참 많이 닮았는데 왜 이들과 난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텔레비전을 보면 무수한 광고들이 우리 눈을 현혹시킨다. 그들이 정해놓은 삶이 기준인양 떠드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괜히 울적해진다. 그들이 말하는 아파트에 살아야 할 거 같고 최신 가전제품을 가져야 행복해질 거 같은 착각이 든다. 또한 텔레비전 속 그들은 왜 그리 행복해 보이고 완벽해 보이는지. 그들에겐 아무런 고통도 걱정도 없어 보인다. 점점 삶과의 괴리감은 깊어가고 점점 놓치는 부분 또한 적지 않다. 내 주위엔 그들이 만들어 놓은 기준보다 그들이 불행할 거라고 성급히 결론지은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더욱 많다. 내가 생각하기엔 나도 후자에 가까운 것 같다. 모든 삶의 조건을 비약적으로 축소시켜 아무 근거 없는 삶의 잣대를 들이민다. 그 안에서 곪아버리는 상처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은 채 말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물질적인 행복한 삶 뒷면에는 우리가 상상하지도 못했던 삶이 펼쳐지고 있었다. 책을 읽기 전에 나는 외국인 이주노동자에 대해 막연한 관심을 갖고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관심이 있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난 그들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막연히 아메리카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향하는 우리나라 사람들과 비슷하다는 생각 정도였다. 하지만 외국인이주 노동자의 삶은 나의 상상을 뛰어넘었다. 직접적인 가해자는 아니지만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나의 태도와 우리의 태도가 간접적인 가해자가 아닐까 라는 섬뜩 한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책을 보는 내내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그들의 삶이 불쌍해서 동정의 눈물만이 아니었다. 소극적인 관심에서 비롯되는 엄청난 결과에 대한 죄책감과 분노에 치를 떨며 그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읽어 나갔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어야 했는지 곰곰이 생각하면서 말이다. 대한민국을 욕할 필요도 없다. 뉴스에서 불법 체류 중인 이주노동자들의 소식을 접하며 왜 불법 체류를 해서 고생을 할까? 정당하게 오면 되지? 이런 생각을 하며 남의 일 인양 넘겨 버린 내 모습이 재빠르게 지나갔다. 지하철이나 공공장소에서 외국인들과 마주치면 투명한 벽을 만들며 바라보던 나의 시선이 참 낯설게 느껴진다. 그들도 맞으면 아프고, 슬프면 눈물이 나는 사람들인데 같은 대한민국 하늘에서 평범한 삶을 꾸리는 이웃인데 내 머릿속엔 다른 하늘을 만들어 그들의 방문을 거부했다. 그러는 동안 그들은 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단지 피부색이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한국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우린 참 매몰찼다. 인권이 있는 사람이 아닌 빨리 추방 보내야 할 일거리로 취급하는 우리의 모습 속에서 그들은 대한민국을 대한민국 국민을 어떻게 느끼고 받아드리고 있을지 두렵기까지 하다. 그들의 목소리를 귀 기울일 수 있는 귀와 그들의 감정을 느끼고 받아들일 수 있는 가슴이 참으로 절실하다. 난 그들을 대변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입을 갖길 조심스레 바래본다. 약자의 편에 서서 그들을 위해 사회를 환기시키고 고발할 수 있는 힘을 갖는 게 나의 가장 큰 소망이 아니었는지 반성해 본다.

Posted by TK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