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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실크로드의 악마들을 읽고

 책을 읽고 책에 나오는 헤딘과 스타인 같은 중앙아시아의 탐험가들은 과연 진정한 탐험가들인가 라는 물음을 던져보게 되었다. 그들은 어쩌면 탐험을 빙자하여 그곳의 유물을 훔친 도굴꾼들일지도 모른다. 만일 그들이 이 유적과 유물을 발굴하지 않았다면 현재보다 잘 보존되어 존재하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한참 열강들의 침략을 받고 있던 1900년 전후로 중앙아시아에 있는 유적지들 또한 침략을 받고 있었다. 과거부터 이 신비한 대륙에 유럽인 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많은 서구 열강들이 경쟁하듯 이곳의 유적지를 찾아내고 유물들을 발굴해 자국의 박물관으로 수송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유적지와 유물들이 훼손되었으며 소유권이 불분명했던 유물들은 서구 열강의 소유에 놓이게 되었다. 중국은 뒤늦게 깨달았지만 상황은 이미 종료된 상태였다. 그렇다면 유럽이 이 지역에 관심이 없어서 유적지를 발굴하지 않았다면 이 곳 유적지들은 올바르게 보존되었을까? 우린 책에서 보듯 자연재해와 금과 은 같은 보물을 찾는 보물 사냥꾼들에 의해 훼손이 어느 정도 불가피 하다는 사실을 봤다. 물론 그 당시 시대상황으로 살펴볼 때 중국정부가 직접 나서서 이 유적지들은 보존하기란 약간의 무리가 따른다. 따라서 유럽의 탐험가들에 의한 훼손이 없었을지라도 이 유적지들은 어느 정도의 훼손은 감수해야 했던 것이다. 위로 말미암아 볼 때 어차피 훼손되는 유적지였으므로 유럽의 탐험가들의 책임이 없어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유럽의 손이 거치지 않았다면 그 훼손정도는 상대적으로 미미했을 것이다(물론 책에서 나오는 것처럼 지진으로 인해 유적지 하나가 완전히 사라지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유럽의 탐험가들은 유럽인 들의 유적지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여 이곳에 더욱더 많은 탐험가를 파견하게끔 한다. 즉 탐험가들은 유적지 훼손의 촉진제 역할을 한 것이다. 비록 이들이 부식과 풍화로 훼손되어가는 유물들을 발굴해내 유럽의 박물관에 안전하게 보관하게끔 했다는 주장에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폰 르콕에 관한 글에서 폰 르콕이 어느 석굴 사원에서 그룬베델에 의해 가져가지 못한 프레스코 벽화를 몇 년 후에 가져가려 다시 왔더니 이미 많이 훼손되어 있었다는 글을 볼 수 있다. 만일 그가 몇 년 전에 이 벽화를 자국의 박물관으로 운송해 갔을 경우 이 벽화는 지금보다 상태가 더 좋았을 것이다. 또한 이 유적지들을 발굴하기 위해 유럽은 많은 노력과 희생을 치렀다. 고문서의 가치를 판단하기 위해 많은 언어학자와 고고학자들이 몇 해에 걸친 노력과 유물을 찾기 위한 많은 탐험가들이 황량한 사막에서 목숨을 잃었다. 따라서 지금 중국정부가 이 중앙아시아 유물들의 반환을 요구한다면 이에 마땅한 비용을 지불해야 마땅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외규장각 반환도 이와 마찬가지로 비용을 치러야 할까? 우리나라의 경우는 중앙아시아와는 다르다. 우리나라는 훼손되어 가던 유물도 아니었거니와 국가에 의해 원활하게 보존되었기 때문이다. 위의 중앙아시아 유물에 관해선 약탈이란 단어가 안 어울릴지 모른다. 왜냐하면 유적지의 영토는 분명히 중국령 일지 몰라도 과거 그곳에 존재했던 사람들을 모두 중국인이라 볼 수도 없고 이 유적지들 각각은 다르지만 모래에 묻혀 사라진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중국이 이 지역의 유적지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외규장각을 가져간 프랑스의 행위는 명백한 약탈행위이다. 외규장각은 확실히 우리의 소유물이다. 게다가 그들은 이를 뺏기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강화도 주민과 관군을 죽이면서 까지 이 유물을 가져갔다. 분명히 소유권이 존재하고 또 이를 강제로 뺏어간 행위는 약탈이다. 이는 돌려받아 마땅하다. 얼마 전 KTX의 열차를 프랑스 것으로 사는 대신 이 유물을 돌려받기로 했었다. 그러나 여전히 외규장각과 직지심체요절은 여전히 프랑스의 박물관에 머물러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유물약탈을 자행하고 또 이를 찾으려는 후손들을 우롱하기까지 하는 파렴치한 행위를 눈뜨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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